국경의 남쪽의 첫공때 봐놓고, 막공날 리뷰를 쓴다.
어떤 이야기를 써야겠다는 포인트는 적어 두었으니,
나름 꼭 기억해야지. 했던 것은 다 적을 수 있을 듯:)
1.
서울예술단의 공연은 잃어버린 얼굴 1984 이후로 오랜만이었다.
가장 유명한 레퍼토리인 신과 함께를 보지 않은 것이 함정.
서울예술단의 작품은 '창작가무극'이라는 말 그 자체다.
서예단의 극은 넘버로 귀를 사로잡고, 무용으로 눈을 사로잡는다.
이 두가지가 어울리니 '가무극'이라는 말만큼 어울리는 용어가 있을까.
2.
서예단 작품 중 처음으로 본 남녀상열지사(?)를 그린 극.
물론 잃얼도 로맨스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메인은 아니었으니까.
기존에 봐왔던 서울예술단의 작품들은 그 시대의 이야기, 사회적인 이야기가 있담면
국경의 남쪽은 로맨스에 탈북에 대한 이야기, 탈북 후 새터민들의 삶이라는 다양한 이야기를 녹였다.
'새터민'이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로맨스라는 부담 없는 소재를 이용하여 전달하고 있다.
3.
북한에서 함께하는 미래를 꿈꿨던 두 주인공(선호, 연화)은
새로운 삶의 터전이 된 남한에서
새로운 연인을 만나, 새로운 미래를 그리게 된다.
결국 북한에서의 모든 꿈, 장밋빛 미래들은
국경의 남쪽에서 새롭게 시작된다.
어쩌면 북한에서의 나, 과거의 그곳에서의 나의 삶은 단지 '아름다운 추억'이었을 뿐.
새로운 곳에서, 그에 맞게 변화하고. 살아가고.
그렇게 새로운 삶을 살고.
그 순간 가장 소중했던, 돌아보니 찬란하게 빛났던 시간들을 그리워한다.
하지만 다시 돌아와야만 하는 것은 현실.
과거에 만들었던 작은 블록 집은 미완성으로 남겨둔 채
새롭게 만들기 시작한 집을 완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새로운 블록을 쌓기 시작한다.
선호와 연화의 삶은 그렇게 나아갈 것이다.
찬란했던 과거는 그대로 남겨둔 채,
나의 국경의 북쪽의 삶은 이랬노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4. 넘버에 대한 이야기.
가장 아쉬운 점은 '기억에 남는 넘버가 없다는 것'이다.
무릇 뮤지컬을 보고 나면 으레 극이 끝나고 흥얼거리는 넘버가 남는 법이다.
하지만 국경의 남쪽엔 그런 게 없다.
보고 나면 기억에 남는 장면은 있는 데, 기억에 남는 넘버가 없었다.
인상적인 넘버, 극을 대표할 수 있는 넘버가 없다는 느낌.
무엇보다도 내가 많은 뮤지컬을 봤다고 할 순 없지만
어디에선가 들어봤던 넘버, 너무나 익숙한 진행들로 가득했다.
물론 이것이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다르게 말하면, 정말 뻔하기 그지 없다. 라고도 볼 수 있을 듯.
오케스트라가 없이 MR로 진행하기 때문에,
다양한 악기들을 사용하고 있는 반주가 좋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산만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선호가 연주했던 '호른'이라는 악기는 기억에 남았으나
어떤 것을 연주했더라, 그 멜로디는 기억나지 않는 느낌.
그 내용은 선명하게 기억나지만
멜로디 자체가 기억은 나지 않는다.
5.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
예매 상세정보에 보면 신파가 아닌, 줄타기를 잘한 작품이라고 이야기 하는 데.
실제로 이야기 자체는 .. 잘못 얘기하면 바로 사랑과 전쟁행이다.
이런 말도 안되는 관계가 과연 존재할까 싶은 수준.
중간중간 반강제 입틀막이 발생한다.
하지만 신파가 아니라, 멜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좋게 이야기하면 친절하지 않은
나쁘게 말하면 구멍이 많은 스토리 탓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여러가지고,
진행은 또 해야하는 데 러닝타임은 짧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친절하지 않다.
굳이 이야기 하자면
요약본만 보여주고, 주요장면만 보여주는 느낌이랄까.
특히 선호와 연화의 로맨스 라인은 세세하게 보여주고
정말 예쁘게(?)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느낌이라면,
그 외의 로맨스 라인에 대해선 친절한 느낌은 아니다.
(신파를 만들지 않기 위해 경주와 선호의 이야기는 나름 신경을 쓴 것 같지만)
하지만 이런 빈틈이라는 게, 대충 관객이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뭐랄까 매우 흔하디 흔한, 클리셰 범벅의 느낌이랄까......................
그래서 굳이 친절하지 않고, 또 매우 착하디 착한 주인공들 탓에
신파가 될 순 없고.. 그렇다고 멜로라고 부르기도 좀 애매한 느낌.
하지만 모든 주인공들을 이해할 수 있다는 건, 나름 칭찬할만 하다.
물론 연화를 불행하게 냅두지 않은 게, 신파가 아니도록 하는 가장 큰 원인 같기도...
6.
한 번은 볼만 하지만 두번은 글쎄, 생각하게 되는 뮤지컬.
사실 뮤지컬을 볼 때 넘버를 가장 기대하게 되는 데 ... 글쎄
남는 넘버가 하나도 없는 점이 너무 아쉽다.
하지만 역시 믿고 보는 서예단 무용수 분들:)
사블에서 봐서 아쉬웠지만, 중앙에서 봤으면 좋았을 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극에 어울렸나, 싶은 고민은 있었던 극.
나쁘지는 않았지만
썩 추천하고 싶지는 않았던, 국경의 남쪽.
연강홀 스태프 곰도리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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